Love, Drive, Share
アメリカ西部のカウボーイたちは、馬が死ぬと馬はそこに残していくが、どんなに砂漠を歩こうとも、鞍は自分で担いで往く。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는 말이 죽어서 거기서 떠나가더라도, 설령 사막을 걸어가더라도, 안장은 직접 메고 간다.)
馬は消耗品であり、鞍は自分の体に馴染んだインタフェースだからだ。
(말은 소모품이며, 안장은 자신의 몸에 익숙해진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いまやパソコンは消耗品であり、キーボードは大切な、生涯使えるインタフェースであることを忘れてはいけない。
(이제 PC는 소모품이며, 키보드는 소중하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임을 잊지 말라.)
- 東京大学 名誉教授 和田英一 (도쿄대 명예 교수 와다 에이이치)

HHKB와의 7년

HHKB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 즈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약 2년 뒤쯤 당시 사용하던 필코 마제스터치 닌자가 불편하다가 생각이 들어 다시 찾아보게 된 HHKB.

구매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직접 써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고 결론내고 2개를 질렀습니다(집 1개, 회사 1개). Type-S로 구매했는데, 이유는 타건감과 소음의 정도가 저의 취향에 딱 맞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그 후로 벌써 7년이 지났고 두 달 전쯤 HHKB Professional HYBRID Type-S를 새로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HHKB와 함께 한 7년 간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HHKB에 대한 첫인상

키배열

HHKB는 독특한 키배열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컨트롤 키가 캡스락 키 위치에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 점이 HHKB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의 키보드의 컨트롤 키가 좌우측 하단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컨트롤 키를 누르기 어렵게 만듭니다. 소지로 컨트롤 키를 누르려면 손목을 대략 30도 이상 비틀어야 가능하고,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손바닥 측면으로 컨트롤 키를 누르는 분들도 상당수 계십니다.

자세히 보면, 컨트롤 키가 캡스락 키 자리에 가있습니다.

HHKB는 잘 사용하지 않는 캡스락 키를 과감하게 없애고, 컨트롤 키를그 자리에 둠으로써 누르기 어려운 컨트롤 키의 단점을 개선한 것입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방향키 4개가 없습니다(물론, PD-KB620 모델 같이 방향키를 갖추고 있는 모델도 있습니다). 방향키는 우측의 Fn(펑션키, 리턴키 우측 아래)를 누른 상태로 ; 키(좌), [ 키(상), ' 키(우), / 키(하)를 눌러 조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교적 평범한 수준의 상이함이지만, 윈도우즈 키에 해당하는 커맨드(⌘)의 위치가 스페이스바 양옆으로 위치하고 있는 점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또 숫자 펑션키 또한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뭐 이 정도는 요즘 키보드들에게는 매우 흔한 것이긴 하죠).

이러한 차이점들로 인해 거부감 내지 변태적인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HHKB를 선택한 이유는 macOS를 지원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애플이 정말 뻘짓을 하지 않는 이상 저는 적어도 일할 때는 macOS를 떠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거든요. HHKB는 윈도우즈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맥에 특히 더 잘 맞는거 같습니다(윈도우즈에서는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편파적이긴 합니다).

디자인

디자인은 정말 개취의 영역이긴 하지만, 저는 HHKB가 레트로한 면과 모던한 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정말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HYBRID의 경우 먹색을 사용하고 있고, 기존 모델의 경우 두 녀석 모두 백색을 사용하고 있는데 백색 또한 레트로하면서도 모던하다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사용 중인 HHKB 3개 모두 무각입니다. 대략 2007년 이후로 각인된 키보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거 같네요. 제가 무각을 사용하는 이유는 외관 상 그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고 또 각인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타건감

HHKB는 엄밀히 말하자면 요즘 상당히 흔해진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입니다(라이트 모델은 멤브레인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HHKB의 키감을 싫어하실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HHKB의 키감은 기계식 키보드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비해서 굉장히 부드러운서도,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서는 다소 반발력이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이걸 보통 쫀득하다고들 표현하는 거 같습니다).

타이핑 시 HHKB에서 나는 독특한 소리를 두고 '비가 내려 부딪치는 소리 같다.'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저는 타이핑을 다소 세개 하는 편이라 위에 나오는 타건 영상에서 처럼 아주 듣기 좋은 소리가 나지는 않는거 같네요.

하이브리드는 이전 버전에 비해서 '쫀득한 느낌'이 살짝 강해진 느낌이 듭니다만 아주 많은 차이는 아닌거 같습니다. 이전 버전이 약간 더 경쾌한 느낌이랄까요?

적응

저는 HHKB를 처음 샀을 때 적응 기간으로 1달 정도로 생각했었고 길면 2달도 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1주 만에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 적응되었고, 2주만에 이질감이나 불편함이 사라졌습니다. 사용한지 7년이 된 지금은 윈도우즈 지원 키보드를 사용하면 오히려 버벅댈 정도입니다. 또 일반 키보드는 물론, 맥북 키보드 혹은 매직 키보드 또한 다소 불편함을 느낍니다.

다소 날카로운 분이면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이 나와야 합니다.

어? HHKB에 적응하고 나면 다른 키보드가 불편해져요?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HHKB에 적응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HHKB에 적응하고 나서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자신의 키보드가 아닌 다른 키보드를 많이 다루셔야 할 분이라면 HHKB는 비추입니다. 특히 컨트롤 키의 위치는 HHKB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로 인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저는 회사를 가든, 집에 있든 HHKB를 사용 중이고, 다른 사람의 키보드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만 맥북 키보드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의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HHKB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적응한 이후가 오히려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환경을 잘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연결성

우선 기존의 Type-S의 경우, Mini-USB Type-B를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Mini-USB Type-B가 흔히 사용되는거 같긴 한데(특히 카메라),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만약 전용 케이블을 잃어버리거나 고장이라도 나면 좀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저는 잃어버리거나 고장을 겪은 적은 없긴 합니다).

Hybrid Type-S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USB-C를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케이블은 기본 제공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썬더볼트 케이블도 아닌데 하나 같이 넣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긴 하는 부분이죠. 하지만, 블루투스 연결을 사용한다면 펌웨어 업데이트 외에는 필요없습니다.

블루투스 페어링과 블루투스 품질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간혹 블루투스 특유의 반복 입력 현상이 일어나곤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블루투스와 관련해서 제가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바로 파워 세이빙에 대한 부분입니다. 파워 세이빙이 기본 설정되어 있어서 일정 대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는데, 이후에 다시 연결하려면 전원 버튼을 눌러 연결해야 합니다. 자판의 키를 눌러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워 세이빙 기능을 비활성화시켜둔 상태입니다.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은 영 적응이 안될 거 같네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USB-C를 채택한 부분과 블루투스 품질은 만족합니다.

배터리

당연히 배터리는 하이브리드에만 해당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하이브리드를 구매한지 2달이 살짝 넘어가는데, 앞 섹션에서 말한대로 파워 세이빙 모드를 비활성화한 상태로만 사용했고 배터리는 두 번 교체했습니다. 즉, 풀차지한 배터리를 세번째 쓰는거죠.

배터리는 사람마다 그 사용량이 다소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저는 직업 특성 상 근무 시간 내내 키보드를 사용하고, 야근도 꽤 많은 편입니다. 또 평소에도 컴퓨터앞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정도는 사용하는 거 같습니다.

배터리에 대한 부분도 상당한 개취의 영역인거 같은데 어떤 분들은 '교체 주기가 1달이면 좀 잦은 거 같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그 정도면 꽤 괜찮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는 충전지를 일상에서도 꽤 많이 사용하고 있고 또 여분을 항상 충전해두기 때문에 교체할 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아서 그런지 큰 불만은 없는 상태입니다. 물론, 충전주기가 더 길다면 나쁠건 없겠지만요.

HHKB는 사랑입니다 ♥︎

두 달 전에 하이브리드를 사면서 다른 키보드를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키보드를 알아본 이유는 HHKB 외에 저의 '입맛을 만족시켜줄만 한 키보드가 혹시 있을까'라기 보다는 HHKB의 가격에 있습니다.

만족감을 비춰 가격을 보자면 아깝지는 않지만,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키보드를 항상 끼고 있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모니터, 키보드 그리고 트랙패드(마우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HHKB는 그에 확실히 부응하는 그런 도구입니다.

와다 교수가 말한대로, 키보드가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는 점에 동의하며 그 키보드가 저에게는 HHKB인 거 같습니다. 지난 7년 간 바뀌지 않은 키보드이고, 앞으로 제가 70세가 될 때까지, 아니 아마도 그 이후에도 사용할 키보드는 HHKB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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